월간 作 4월

2023년 4월 작성한 글입니다.

 

적당한 날이 온 것 같습니다. 두터운 외투는 옷장에 걸어놓고, 잘 다려진 셔츠와 팬츠를 입고 자켓을 걸치기 참 좋은 날이 온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이번 달은 유독 많은 분들이 수트 제작을 의뢰해 주셨습니다. 

요즘 트렌드 혹은 유행은 아무래도 복장에 간소화라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의류산업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비슷한 결로 무언가를 덜어내고 있는 것이 추세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클래식 수트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클래식 수트는 마이너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트를 대체할 만한 남성복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트는 남성복에서도 필수적이면서도, 정점에 있는 의복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트렌드 혹은 유행에 따라서 수요의 편차가 있겠지만, 수트를 대체할 만한 남성복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트를 꾸준하게 사랑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FOX BROTHERS & CO

- FOX CITY

- 290gms

- wool 100%

 

차콜그레이 수트

 

폭스브라더스사의 폭스시티 컬렉션으로 만들어진 차콜그레이수트입니다. 

이미지에서 보시다시피 예복 스타일링을 하여 촬영을 했습니다. 

4월달은 예복을 맞추시는 분들의 비중이 유독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예복으로는 다크 네이비 혹은 차콜 그레이를 권장해 드리고 있으며

 (이 두 가지의 컬러는 비즈니스 수트로도 1순위가 되는 색상입니다), 두 가지 색상은 가장 현대적인 색을 지니고 있기에, 추후의 활용도 면에서도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중 예년에 비해 차콜 그레이 색상의 비중이 많았습니다. 

 차콜 그레이 가지고 있는 느낌은 차분한 색감에서 비롯되는 진중한 분위기, 중후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크 네이비 보다 차콜 그레이가 많았던 이유는 성숙한 남성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지 않은가 싶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이미지메이킹을 할 때, 깊이감이라는 요소를 표현하고 싶다면 차콜 그레이만 한 컬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DORMEUIL

- ROYAL 11

- 330gms

- wool 100%

 

차콜 그레이 헤링본 수트

 

앞서 설명드린 차콜 그레이 수트 (솔리드)에 이어, 차콜 그레이로 경험해 보실 두 번째는 패턴의 변주입니다. 

한 가지의 컬러에 다양한 패턴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능직 (트윌) 직조에서 접근성이 좋은 패턴은 헤링본 (herringbone)입니다. 

원어 그대로 청어의 가시 뼈를 연상시키는 헤링본 패턴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데칼코마니 하듯 짜여진 원단입니다. 

밋밋할 수 있는 솔리드 수트 원단에 단조로움을 깰 수 있으며, 과감함 패턴이 아니기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짜임입니다. 

또한 패턴 자체가 세로줄로 길게 짜여 있다 보니, 시선이 확장되기보다는 위아래로 수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신체적으로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HARRISONS

- OYSTER

- 400gms

- wool 100%

 

차콜그레이 스트라이프 수트

 

이제는 조금은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차콜 그레이 수트의 솔리드, 헤링본 패턴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세번쨰는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가 있는 차콜 그레이 수트입니다. 

다양한 패턴들 안에서도 가장 과감한 패턴인 스트라이프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원단인 것 같습니다. 

수트 원단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트라이프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초크스트라이프 (Chalk Stripe) 와 핀 스트라이프 (Pin Stripe)가 있습니다. 초크스트라이프는 말 그대로 초크로 선은 그은 것 같은 느낌으로 짜여진 패턴의 느낌이며 굵고 희미한 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반면에 핀 스트라이트 경우는 아주 얇은 점선들이 길어 연결된 느낌으로 짜여진 패턴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미비하나 그 미세한 디테일한 차이가 옷에서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스트라이프 패턴에서는 줄의 간격, 두께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극명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처음 스트라이프 패턴에 경험하시는 분들에게는 스트라이프의 흰 색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피하기를 권장하며,  1/4 inch에서 1/2 inch 범주에 드는 간격의 패턴을 추천해 드립니다.

 

앞서 설명드린 3가지의 작업물을 통해, 차콜 그레이라는 한 가지 컬러를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변하는 패턴의 결과물들을 설명드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교과서적이고, 정석적인 뻔한 말처럼 느껴지는 기본을 갖추자는 말이 식상하다고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것 이 수트이며, 그 뻔함에서  본질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 수트입니다.  

그러니 기본을 잘 갖추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길 바랍니다.

 

FOX BROTHERS & CO

- FOX AIR

- 280gms

- wool 100%

 

 월넛 헤어라인 ( HAIRLINE) 수트

 

기본을 갖췄다면, 다른 컬러로 색다른 느낌을 수트를 입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폭스 브라더스사의 폭스에어 컬렉션의 월넛 헤어라인 수트입니다. 헤어라인이라는 표기가 사뭇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헤어라인(HAIRLINE)은 직물을 짜는 방식 혹은 패턴의 한 용어입니다. 

사전적인 정의는 가느다란 줄무늬를 나타낸 직물로서, 날실과 씨실 모두 흰색과 진한 색 (색감이 있는)의 염사를 한 올씩 서로 교차시켜 배열한 평직 원단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샥스킨 패턴과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전혀 다른 직물의 형태입니다.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헤어라인은 각기 색의 두 가지 실을 번갈아 쓰인 평직 원단이며, 샥스킨 각기 다른 두 가지 실을 양쪽에서 서로 교차 한 능직원단입니다. 

두 가지의 차이는 미세하지만, 미세한 차이를 알아갈 수 록 더욱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FOX BROTHERS & CO

- FOX CITY

- 290gms

- wool 100%

 

에어포스 블루 수트

 

'색감이 주는 오묘한 끌림'이 첫인상의 느낌이었습니다.

원단을 보고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수트로 제작되었을 때의 모습이 상상이 잘 안 갔습니다. 과감한 색인 것은 분명하지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에, 도전적인 마음으로 옷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필자의 옷입니다. 결과론적론 참 만족스러운 옷이 나왔습니다. 옷의 만듦새는 물론이고, 색감이 주는 분위기만으로도 흡족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청량한 하늘의 색과, 푸른 바다 빛이 연상되는 색상이지만, 나름 도심 속의 회색빛과도 어색하지 않고 조화로움이 있습니다. 

뚜렷한 색이 있지만, 낮은 채도를 지녔으며, 여러의 색의 원사들이 배합되어 있는 독특한 직조감 덕에 차분히 가라앉은 듯한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색이 아닌 자연에 가까운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스 브라더스사의 폭스시티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보는 재미가 있는 컬렉션입니다. 또한 그 다채로운 색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에서 비롯된 색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거진 숲속의 색과,  돌과 짙은 흙색과, 청량한 하늘과 푸른 바다 빛의 색, 노을 지는 태양의 색들과 같은..

 

 


HOLLAND & SHERRY

- ASCOT CLASSICS

- 280gms

- wool 100%

 

샌드(Sand) 체크 자켓

 

홀랜드 앤 쉐리사의 에스콧 클래식 컬렉션으로 만들어진 샌드 체크 자켓입니다. 

수많은 자켓용 원단들이 존재하지만, 한쪽에 치우쳐진 듯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복용 혹은 동복용으로 자켓 원단들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브랜드, 컬렉션들이 있지만, 춘추용이라는 모호한 계절감의 자켓용 원단은 극소수에 불가합니다. 

그래서 이런 춘추에 입기 적합한 원단은 귀하고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울로 만들어진 소모사(worsted) 자켓용 원단은 더욱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제작된 에스콧 클래식 컬렉션의 자켓은 가볍게 툭 걸칠 수 있는 중량감을 지닌 원단으로, 촘촘한 밀도감과 유려한 원단의 촉감을 지닌 원단입니다.  

샌드 색상을 비슷한 톤을 가지고 있는 체크의 배합은 편안하고 아늑한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월의 월간作은 워드롭을 갖추는 순서에 따라 설명드렸습니다. 

시작은 어둡고 차분한 톤의 솔리드 수트에서 부터 다양한 패턴의 변주를 지나, 컬러의 변화, 수트를 넘어서 캐주얼 자켓까지.. 워드롭을 구상할 때, 

정석적인 틀안에서 본인의 기준점을 지니고 하나둘씩 맞춰간다면 풍족한 위드롭이 완성될 것입니다

 

by e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