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作 12월

2022년 12월 작성한 글입니다.

 

 

어느새 12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12월은 우리에게 설렘과 기쁨, 그리고 따뜻함을 주는 달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해를 돌이켜보는 '성찰'을 하게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잘 수행했는지, 내 주변 사람들과 완만한 관계를 지냈는지, 업무적으로 보다 성장했는지.. 많은 것들을 돌이켜보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들에 완벽할 순 없지만, 부족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22년을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며, 올해의 마지막 완성복들을 소개합니다. 

 


 

DARPERS

 Vintige faric

  320gms

 wool 100%

 

퍼플 홉색 자켓

 

많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할 때, 입버릇처럼 나오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취향껏 고르세요" , "이런 건 취향 차이입니다." 그럼 '취향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것 같습니다.

 "그럼 내가 왜 좋아하게 된 건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취향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아닌, 신의 계시로 받은 것도 아닌, 남들이 다 따라 하는 것에 쫓아서 하는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 경험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향은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아야 비로소 본인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취향이라 함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개인 고유의 기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취향을 갖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경험해 볼 시간, 경험해 볼 금전적 비용, 경험해 볼 본인의 노력과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정도의 경험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취향이라고 생각된다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취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이유는, 위 자켓을 손님은 확실한 취향을 지닌 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원단은 어땠으면 하고,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하고, 왜 이런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지,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명쾌하면서도 간결하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본인의 확실한 기준으로 하나둘씩 채워나갔습니다. 

결론적으론 고객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옷이 완성되었습니다. 

 

DORMEUIL

 BRITISH COLLECTION (vintage sprtex)

 380gms

  wool 100%

 

브라운 스포츠 자켓

 

도멜사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빈티지 스포텍스 컬렉션의 브라운 색상으로 제작된 스포츠 자켓입니다. 

컬렉션 네임에 걸맞게 빈티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원사로 제직 되어 있는 구조가 아닌 여러 실을 혼합하여 짜인 구조로 되어 있어 있습니다. 

원단 짜임 사이사이 보이는 붉고, 노란 원사들이 휠씬 더 매력적인 요소로 보여집니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손님들의 빈티지 스포텍스 원단의 완성복들을 마네킹에 입혀놓고 지그시 관찰해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원단이구나라고 내심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매끈하면서도 힘이 있으며, 색감의 깊이감은 겹겹이 쌓아 올린 유화처럼 입체적이기까지 합니다. 

욕심으론 빈티지 스포텍스 솔리드 원단으로 모든 컬러 하나씩 맞춰서 옷장을 가득 채우고 싶네요..

 

 

FOX BROTHERS & CO

  SPORTING STRIPES AND MADRAS CHECK

  240gms

  merino wool 51% linen 49%

 

네이비 마드라스 체크 스포츠 자켓

 

올해 폭스브라더스사의 250주년 기념적으로 새롭게 출시한 'SPORTING STRIPES AND MADRAS CHECK' 컬렉션의 마드라스 체크 원단으로 만들어진 스포츠 자켓입니다.

 Madras (마드라스) 원단은 처음 소개해드리는 원단인 것 같습니다. 

테일러샵에서 맞춤으로 가능한 마드라스 원단으론 유일한 컬렉션인 거 같습니다.

 Madras(마드라스)는 인도에서 시작한 면섬유 원단으로, 우리에게 셔츠 패브릭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느슨하고 단순한 평직의 직조로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습한 기후에 적합한 원단입니다. 

또한 원사를 후염이 아닌 선염을 통해, 원색적인 색감의 체크들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됩니다. 

그래서 여름철 마도라스체크 원단의 셔츠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폭스사의 마드라스 체크 원단은 면이 아닌 울과 리넨을 브랜딩 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테일러샵에서 자켓용으로 취급하기엔, 면보다는 울이라는 섬유와 리넨이라는 섬유의 장점을 살려, 본래 마드라스 원단의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원단으로 제작을 의뢰해 주신 고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DRAGO

 SKYFALL

 590GMS

  WOOL 100% (14.5 micron)

 

카멜 싱글 코트

 

근래 들어 이전보다 여성분들의 제작 의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성들만 즐겨왔던 맞춤 문화가 점차 성별을 넘어서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수트 보다는 자켓, 자켓 보다는 코트 의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 기성복 브랜드에서도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좋은 소재를 통해 꽤나 고가 라인의 옷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테일러샵에서 취급하는 원단들을 사용하여 제작하는 브랜드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 니즈 또한 좋은 원료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작한 카멜 싱글 코트는 F/W 코트 번치 프로모션으로 진행했던 드라고사의 스카이폴 컬렉션입니다. 

새롭게 런칭하는 코트 컬렉션이 많이 없었기에, 저희로써는 반가웠던 컬렉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울이지만 180's의 얇은 원사로 캐시미어와는 다른 질감의 부드러운 터치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포근하고 따듯한 인상을 주는 원단입니다. 

직관적인 느낌으로 '여성스럽다'라는 이미지가 잘 나타나는 원단인 것 같습니다. 

위 코트는 손님께서 직접 레퍼런스를 가지고 오셔서 제작 의뢰를 하셨습니다. 샤프한 라펠의 느낌과  캐주얼한 디테일을 접목시켜서 제작하였습니다. 

먼 타지에서  방문해 주신 고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SCABAL

 LONDONER

  250GMS

 SUPER 140'S  WOOL 100%

 

블루 멀티 스트라이트 수트

 

스카발 사의 아이코닉한 컬렉션 중 하나의 런더너의 블루 멀티 스트라이프로 제작된 싱글 수트입니다.  

컬렉션 네임에서부터 영국맛(?)이 잔뜩 날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영국 원단 특유의 거친 질감과 강직도 있는 원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굉장히 실키하면서 유연하고, 뛰어난 발색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캐시미어나 실크가 블렌딩된 원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양모에서도 발현시킬 수 있는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표현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런더너 컬렉션은 스카발이 지향하는 점을 가장 잘 표현한 원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SCABAL

 CORDUROY

  380GMS

 pure cotton 100%

 

베이지 코듀로이 수트

 

 코듀로이 (corduroy)의 어원은 프랑스어의 코르드 뒤 루아 (corde du roi)로 '임금의 밭이랑'이라는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풍요롭고 기름진 토양의 이미지가 떠올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의 밭에서 경작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입었던 소재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밖에서 일을 하기에, 편안함과 보온성, 그리고 내구성도 있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였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코듀로이의 진가가 더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들 같은 하위 사람들만 입었던 소재가, 상류층들의 스포츠, 헌팅 유니폼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현시점까지도 

코듀로이는 고급 양복지로 짜여져  비스포크 테일러샵, 혹은 대량생산으로  많은 기성복 브랜드에서도 사랑받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린 베이지 색상을 제외하고도, 코듀로이는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원단입니다. 

그 컬러와 골의 깊이, 간격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 코듀로이 수트로 추운 날씨에 따듯함을 가져보시길 바라겠습니다. 

 

FOX BROTHERS & CO

  FOX TWEED

  510GMS

  wool 100%

 

브라운 그린 건클럽체크 발마칸 코트

 

수트를 맞췄다면, 그에 어울리는 코트도 필요할 것입니다.  

위에 설명드린 베이지 코듀로이 수트를 맞추신 분의 발마칸코트입니다. 

베이지 색상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코트의 색상을 연한 브라운과 그린 색상의 배합으로 짜여진 건클럽체크 패턴으로 선택하였으며, 

소재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폭스사의 트위드 원단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폭스사의 트위드 원단은 510gms 중량감을 지닌 원단으로 겨울철 자켓팅 혹은 간절기 코트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펙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쓰임이 있는 폭스사의 트위드 원단을 경험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MAGEE

 ERRIGAL BUNCH

 640GMS

 wool 100%

 

그레이 헤링본 트위드 발마칸 코트

 

 작년 이맘쯤에 에이전시를 통해 MAGEE 도네갈 트위드 컬렉션을 전달받았습니다. 

새로운 원단 입고 소식을 알리며, 발마칸코트 샘플을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겨울이 다가오자 발마칸코트 제작이 다른 코트 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특히나 MAGEE사의 도네갈 트위드 원단으로 가장 많이 제작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샘플을 제작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옷 제작을 의뢰하러 오시는 분들께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아마도 원단을 선택할 때 일 것입니다. 

조그마한 책자 안에 있는 수십 가지의 원단 스와치만을 보고, 어떻게 만들어질지 상상력을 가미해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원단들을 샘플로 제작을 하여, 선택에 대한 고민들 덜어 내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부분에서 최대하게 다양한 샘플을 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다양한 샘플 제작으로 선택에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OROPIANA

 Vintige faric

 660GMS

 Cashmere 100%

 

블랙 캐시미어 싱글코트

 

 빈티지 원단인 로로피아나사의  블랙 캐시미어로 제작된 싱글코트입니다. 일단 전형적인 캐시미어와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는 원단입니다. 

대부분은 500gms대의 캐시미어 원단이 즐비하고 있기에, 660gms라는 고중량대의 캐시미어 원단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스펙 지니고 있습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원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인 캐시미어 원단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뉘앙스 때문에, 코트를 맞추는데 디자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볍고 윤기가 흐르고, 털기가 있는 일반적인 캐시미어 원단으로 피코트나 카반코트 또는 발마칸코트를 제작하게 된다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싱글,더블코트 혹은 폴로코트까지가 잘 어울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캐시미어 원단은 앞서 말씀드린 캐주얼한 형태의 코트들과도 제법 잘 어울릴 것입니다. 

 가치성이 충분히 있는 원단인 만큼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by egon